어미
정재숙(시인 1946~ )
껍데기만 남은 건
다 어미다
할머니 그러셨다
골뱅이 껍질 같다
물거품으로 속을 채운
골뱅이 껍질로
동동 물결 따라 흘러가신지 반백년도 넘었다
어머니 그렇게 속 다 파먹힌
빈 껍질로
떠내려간 지도 수십 년 되었다
말없이 사라지는 거
그거 다 어미다
해거름 녘 물 속 너럭바위 위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던
새끼 골뱅이들
내 아직 어릴 적 그 골뱅이들
그 어미에 그 어미에
그 어미였던 것들
그 새끼에 그 새끼에
또 그 새끼였던 나도
그 어미들처럼 동동
물 위에 떠서 흘러가겠지
껍데기만 남은 어미는
이제 어미가 아니다
흘러도 자꾸 흐르는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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