噬臍莫及(서제막급)
배꼽을 물어뜯으려 하나 미치지 못하다
씹을 서(口-13)배꼽 제(肉-14)없을 막(十十-7)미칠 급(又-2)
麝香(사향)노루를 사람들이 노리는 것은 사향 샘을 건조하여 얻는 향료가 약재로 귀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잡힌 사향노루가 배꼽에서 나는 향내 때문이라며 제 배꼽을 물어뜯는다고 해서 풀려날까. 뒤늦게 몸부림쳐 봐야 입이 배꼽에 미치지도 않을 뿐더러 달아날 수도 없다. 이 성어는 한 번 기회를 잃었거나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후회해도 소용이 없음을 이른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남쪽에서 세력을 떨치던 楚(초)나라가 강력해져 자꾸 북상해오자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초나라 文王(문왕)을 없애려 기회를 노렸다. 마침 문왕이 소국 申(신)나라를 토벌하러 갈 때 鄧(등)나라를 지나가게 되자 祈侯(기후)는 조카가 왔다며 연회를 베풀고 접대했다.
그때 현인 세 사람 騅甥(추생, 騅는 오추마 추, 甥은 생질 생)과 聃甥(담생, 聃은 귓바퀴없을 담), 養甥(양생)이 나서 간했다. '지금 문왕이 약소국 신나라를 치기 위해 가는데 등나라를 멸망시킬 자도 이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만약 빨리 해치우지 않으면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그 때는 이미 늦습니다(亡鄧國者 必此人也 若不早圖 後君噬臍 其及圖之乎/ 망등국자 필차인야 약불조도 후군서제 기급도지호).'
三甥(삼생)이 사향노루의 어리석음을 빗대 충언했지만 기후는 듣지 않았다. 현인들이 우려하던 것과 같이 신나라를 토벌하고 돌아오던 해에 초문왕은 등나라를 쳤다. 10년이 지난 뒤 문왕이 다시 군사를 일으켜 침범해왔고 전혀 대비책이 없었던 등나라는 순식간에 초나라 군대에 의하여 멸망하고 말았다. 左丘明(좌구명)이 저술한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莊公(장공)6년 조에 실린 이야기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이것저것 재며 시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있다. 부산항이 세계 6위 항만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한진해운에 대한 처리를 미적거려 초래한 것으로 본다. 한진이 경영부실로 삐걱댈 때 채권단이 적기에 자금을 지원했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진 뿐 아니라 최순실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채 새해를 맞는 정부도 정윤회 문건사건을 바로 처리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결단력이 부족한 지도자는 가만히 두어도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그 막연함을 뿌리치고 용단을 내려야 정말 무난하게 일을 처리할 수가 있다.
결과가 나빠져 뒤늦게 땅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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