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전집 1' (민음사)
김수영(1921~1968) 서울 출생
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
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서 주목을 끌었다 초기에는 모더니스트로서 현대문명
과 도시 생활을 비판했으나 4.19 혁명을 기점으로 자유와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쓴다. 마지막 시 <풀>에 이르기까지 200여 편의 시와 시론을 발표하였
다 민음사民音社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하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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