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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萬馬齊瘖(만마제음)

by 어링불 2019. 8. 5.

萬馬齊瘖(만마제음)

만 마리의 말이 일제히 울음을 그치다
일만 만(十十-9)말 마(馬-0) 가지런할 제(齊-0) 벙어리 음(疒-9)

고요한 밤 아늑한 마을에서 한 마리의 개가 무엇을 보고 짖으면 온 동네가 시끄럽다. 다른 집의 개는 까닭도 모르면서 소리에 이끌려 짖는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이다. 한 사람의 의견에 따지지도 않고 우르르 몰리는 附和雷同(부화뇌동)의 군중심리를 나타낸다. 반면 '도둑 한 놈에 지키는 사람 열이 못 당한다'는 말은 아무리 지키는 사람이 많아도 나쁜 일을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만 마리나 되는 많은 말(萬馬)이 일제히 울음을 그치고 벙어리가 된다(齊瘖)는 이 성어는 사람들이 불의에 모두 입을 닫고 모른 체하는 것을 비유한다.


北宋(북송) 때의 문장가 蘇東坡(소동파, 1037~1101)가 쓴 '三馬圖贊(삼마도찬)'이란 글에서 이 말이 처음 유래했다. 내용의 일부를 보자. '송나라 때 서역에서 말 한 마리를 보내왔는데 키가 팔 척이나 되고, 용의 머리에 봉황의 가슴을 가졌고, 범의 등을 하고 표범의 무늬를 가진 놈이었다. 용마의 마구간에 함께 넣었더니 갈기를 떨며 길게 울부짖어 만 마리의 말이 벙어리가 된 듯 조용해졌다(出東華門 入天駟監 振鬣長鳴 萬馬皆喑/ 출동화문 입천사감 진렵장명 만마개암).' 駟는 사마 사, 鬣은 말갈기 렵.


이 성어가 뜻이 확장되어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淸(청)나라의 학자 겸 시인 龔自珍(공자진, 1792~1841, 龔은 공손할 공)의 시에서 인용하고부터라 한다. 그는 관직에는 뜻이 없고, 청나라 말기의 전제정치가 빚은 혼란상을 비판하는 사상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기해년의 잡다한 시(己亥雜詩/ 기해잡시)' 220수가 남아 개혁의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125수의 부분을 보자. '온 세상에 생기가 넘치는 것은 비바람과 번개가 자극을 주기 때문인데, 만 마리의 말들이 똑같이 벙어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애처롭다(九州生氣恃風雷 萬馬齊瘖究可哀/ 구주생기시풍뢰 만마제음구가애).' 당시의 숨 막히는 정치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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