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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感想

눈물 밥

by 어링불 2024. 2. 23.

눈물 밥   

 

                                              황영진  (시인 경북 영영출생  1961년 ~ )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무학의 어머니는 고추를 팔아
높은 학교를 시켰지만
나는 건방진 책을 읽고 세상과 불화했다
해직이 되고 감옥을 들락거리고
돌멩이 한 개로 뒤집어질 세상은 아니었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시집을 읽으면서
나 때문에 애가 타는 어머니를 평생
밤바람 부는 겨울 강가에 맨발로 서 있게 했다
내 삶이 곧 시라는 남의 말에만 귀를 열고
굶주림에 떨며 구걸한 어머니의 밥 한 그릇을
찬밥으로 못 먹겠다고 마당에 팽개친 삶이었다

 

눈 어두운 어머니가 흙 묻은 그 밥을 주어
따신 밥 한 그릇으로 다시 차려 줄 때도
내가 구해야 할 민중에는 어머니가 없었다
그 따신 밥이 눈물로 녹인 밥임을
겨울바람이 부는 뒷산에 어머니를 묻으면서 알았다
나 자신도 구하지 못한 나였음을 눈물 밥을 먹으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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