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밥
황영진 (시인 경북 영영출생 1961년 ~ )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무학의 어머니는 고추를 팔아 
높은 학교를 시켰지만 
나는 건방진 책을 읽고 세상과 불화했다 
해직이 되고 감옥을 들락거리고 
돌멩이 한 개로 뒤집어질 세상은 아니었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시집을 읽으면서 
나 때문에 애가 타는 어머니를 평생 
밤바람 부는 겨울 강가에 맨발로 서 있게 했다 
내 삶이 곧 시라는 남의 말에만 귀를 열고 
굶주림에 떨며 구걸한 어머니의 밥 한 그릇을 
찬밥으로 못 먹겠다고 마당에 팽개친 삶이었다 
  
눈 어두운 어머니가 흙 묻은 그 밥을 주어 
따신 밥 한 그릇으로 다시 차려 줄 때도 
내가 구해야 할 민중에는 어머니가 없었다 
그 따신 밥이 눈물로 녹인 밥임을 
겨울바람이 부는 뒷산에 어머니를 묻으면서 알았다 
나 자신도 구하지 못한 나였음을 눈물 밥을 먹으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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