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鷄鳴狗盜(계명구도)

어링불 2021. 10. 3. 17:23

鷄鳴狗盜(계명구도)
鷄(닭 계) · 鳴(울 명) · 狗(개 구) · 盜(도둑 도) 



'닭의 소리를 내고 개 모양을 하여 도적질하다'는 뜻으로 사기(史記) 맹상군전(孟嘗君傳)에 나오는 말이다.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쓸모가 있고, 하찮은 재주도 언젠가 귀하게 쓰일 데가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왕족인 맹상군(孟嘗君)은 화려한 명성으로 인해 주변에 갖가지 재주 있는 식객(食客)이 많았다. 당시 전국 통일에 야심을 품고 있었던 진(秦)나라의 소왕(昭王)은 맹상군을 자신의 재상으로 임명하고자 진나라로 초빙을 한다. 소왕의 부름을 받아 맹상군은 많은 식객들과 함께 진나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진상품으로 당시 최고의 보물이었던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만 만든 갖옷인 호백구를 소지하고 간다.

왕궁에서 소왕을 알현하고 호백구를 진상하고 조정을 내려오자, 맹상군은 진나라 조정에서 타국의 귀족을 재상에 앉힐 수 없다는 반대 여론과 함께 자신을 살려 보낼 수 없다는 첩보를 접하고 위기를 모면할 방도를 찾다가 당시 진나라 소왕의 총애를 받던 애첩 행희(幸姬)에게 접근해 무사귀환을 부탁한다. 하지만 행희는 조건으로 맹상군이 가져온 호백구를 요구해 맹상군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함께 온 식객 가운데 좀도둑질을 하던 식객이 자신이 왕실 창고에 있는 호백구를 가져오겠다고 하고는 밤에 개 흉내를 내어 진나라 왕실 창고로 들어가서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서 그녀에게 주니 행희의 간청으로 맹상군 일행은 석방이 되었다.

왕궁을 빠져 나와 야반도주(夜半逃走)로 달려 진나라 국경 지역인 함곡관(函谷關)에 이르게 되었는데, 당시 진나라 법에는 첫 닭이 울어야 함곡관의 문을 열어주게 되어 있어서 아직 새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나라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 마침 식객 가운데 성대모사(聲帶模寫)를 잘하는 자가 나서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니 주변의 닭들이 따라 울어 관문 관리가 문을 열었고, 맹상군 일행은 무사히 제나라로 올 수 있었다.

맹상군(孟嘗君)은 3000명의 식객(食客)을 두고 있었다. 그중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에서 개 흉내나 닭 울음소리를 내서 맹상군을 위기에서 구했던 식객은 아마도 전직이 좀도둑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보니 계명구도가 '잔재주를 자랑함' '비굴한 꾀로 남을 속이는 천박한 짓'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 것 같다.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비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